낯선 번호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오는 바람에 잠시 시간 여행을 했습니다.
"니가 한치 살던 용식이냐? 금숙" 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얘가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을까?...
아마도 초딩 동창 회장이 그동안 참석하지 않았던 동창들에게 주소록을 발송했던 모양입니다.
금숙이는 나랑 한동네 살았고 아버지끼리도 친한 사이라 기억 나는 애 중 하나입니다.
3년 전 최초 동창회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기억 났던 애가 바로 금숙인데
1년에 두 번 있는 동창회에 한번도 나오지 않았기에 살기에 바쁘거나 소식을 못들었겠거니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물어봐도 정선에 산다는 거 외엔 아무런 것도 알 수 없었기에 그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자를 보내온 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문자를 받으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당시 우리는 집에서 학교까지 약 4Km 남짓 거리를 걸어서 통학했는데 가끔 운이 좋으면 뽀얗게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제무시 도라꾸(GMC 트럭)를 얻어 타거나 지금은 보기 힘든 그래서 그리운,
버스- 엔진 부분이 앞으로 길죽하게 나온 - 를 타는 횡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자동차를 탔던 기억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내 기억의 대부분이 2학년과 3학년 때인데 많던 친구들의 이름을 단 셋밖에 기억할 수 없는
내 기억력에 난감합니다.
동창회에서 나를 기억해 주는 친구가 몇 명 있었는데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어릴 적 일들을 게다가 집안 사정까지 어쩌면 그렇게 속속들이 잘 기억할까 하고 감탄했습니다.
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많은 것일까 위안해봅니다. ㅋ
내 나이 또래들은 기억하겠지만 남자 애들은 책보를 한쪽 어깨에서 등으로 돌려 반대편 허리로
둘러서 매고, 여자 애들은 허리에 묶고 다녔습니다. 또 대여섯 명이 길을 가면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몰려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일이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앞서 가는 여자 애들과 거리가 좁혀지면 여자애들이 한참을 뛰어 저만치 앞서 갑니다.
다시 좁혀지면 또 달려서 거리를 넓혔죠. 그때 앞서 가던 여자애 중 한 명이 금숙이였습니다.
많지 않은 기억 중에 확실하게 기억나는 사건은 2학년 겨울 교실에서의 일이었습니다.
2반에 짓궂은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큰 일을 저질렀죠. 금숙이를 포함해서 몇 명이 장작 난로에
둘러앉아 있을 때 아무런 이유 없이 뒤에서 금숙이를 확 밀쳐서 난로에 얼굴을 데는 일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일을 생각하면 막지 못 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 때문에 금숙이 얼굴에 초승달 처럼 덴 자국이 생겼습니다.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것을 보면 내가 어릴 때 겪었던 사건 치고는 꽤 큰 사건인 듯합니다.
전화 통화하면서 그 얘기를 했더니 "맞아맞아 그때 지o중 이가 밀어서 그랬잖아"
그러면서 그 일을 기억 하냐며 기억해주는 것에 놀라하며 "친구들 중 너가 그렇게 생각나더라" 그럽니다.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싶다고 합니다. ㅎㅎㅎ 동창회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말에 동창회가 있다고 총무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금숙이는 이번에도 못 온다는군요.
사진의 맨 아래 길 끝 부분 마을에서 정선소금강을 지나 화암면 출장소 옆 초등학교까지가 통학 길..
꼭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은 곳이다.
사진 참조 : http://blog.daum.net/ysyu_99/9259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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