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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실패를 예방하는 부정의 힘(Negativity) - 삼성경제연구소

파나소리 2013. 7. 24. 23:49

http://www.seri.org/db/dbReptAudioPlayer.html?p_menu=0243&p_seq=201304170001&menucd=0111&pubkey=db20130404001

 

안녕하세요. 김기호입니다.
새천년을 맞아 영국 정부는
자국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
밀레니엄 돔을 건설했습니다.
갓 취임한 토니 블레어 수상은
'Cool Britannia'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밀레니엄 돔을 상징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죠.
연간 1,20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을 거란 장밋빛 낙관론 속에
8억파운드 가까이 투자했는데요.
하지만 2000년 12월 31일,
개관한지 꼭 1년 만에
밀레니엄 돔은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죠.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다른 부정적인 징후들을 간과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긍정'만이 가치가 있고
'부정'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과
론다 번의 '시크릿'
그리고 존 고든의 ‘에너지 버스’까지!
서점가에는 ‘긍정’을 강조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고,
긍정적인 태도가 조직의 성과제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야심작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밀레니엄 돔의 경우처럼,
무조건적인 긍정과 낙관에는
위험요소가 존재합니다.
최근 들어 지나친 긍정을 경계하며
'부정'의 숨은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어떻게 해야 조직에서 부정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직에서 부정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봤는데요.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째, 부정적인 피드백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적 피드백'이란 '조직의 리더가
부하직원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주는
일련의 행위'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무작정 혼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질책'과는 다릅니다.

흔히들 칭찬 같은 긍정적 피드백만이
부하 직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칭찬은 초보자와 신입사원에게는
장애극복의 힘을 주지만,
과도하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계속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거나,
심하면, 도전적인 과업은
아예 포기할 수도 있죠.
반면, 숙련된 직원이나 전문가에게는
부정적 피드백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실력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긴데요.

피드백의 효과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 학교에서 환경보호 활동 후
긍정 혹은 부정의 일정한 피드백을 주고,
참가비 25달러 중 일부를
기부하라고 권유했는데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초보자들은
8.31달러,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초보자들은
1.24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대답했고요.
숙련자의 경우에는 긍정적 피드백 시
2.92달러,
부정적 피드백 시 8.53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초보자는 긍정적 피드백에,
숙련자는 부정적 피드백에
마음이 움직인 셈입니다.

둘째, 비판적인 직언을 독려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리더는 부하사원의 직언을 존중해야 하고,
조직은 반대의견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많은 리더들이 부하의 솔직한 직언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직언을 막는 것은
현명한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것을 넘어서,
조직의 실패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직언이 계속해서 무시되면
부정적인 내용은 걸러지고,
종국에는 긍정적인 메시지만
상부에 보고되는데요.
이른바 '조직침묵효과'입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사고를
기억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만약 폭발확률에 대한
실무 연구원들의 의견이
상부까지 전달됐다면 어땠을까요?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와는 반대로) 비판적인 직언을 수용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의 투자회사 뱅가드의 일화인데요.
미국 경제위기 전 뱅가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 투자를 반대하는
직원 1명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과,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의 반대의견을 장려하고 수용하는
고유의 조직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셋째,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합니다.
최악의 부정적 상황을 가정할 때
선제적인 예방조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리더들은 순조로운 상황에서도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는 습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대표적이죠.
경쟁사의 위협이나 소송갈등, 고객 불만 등
미래의 위협요소를 가득 적은
빌 게이츠의 '악몽메모’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는데요.
빌 게이츠는 악몽메모를 쓰는 습관을 통해
두려움을 실천력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재를 포기할 줄 아는 '자기부정'의 자세도
중요합니다.
'자기부정'이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과거와 과감히 결별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1802년 화약회사로 시작해,
화학과 솔루션, 소재 등
기업의 정체성을 몇 번이고 부정해온 듀폰이
좋은 사례입니다.
'자기부정 메커니즘'이야말로
듀폰이 200년 이상 위대한 기업으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토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8년 동안 갇혀있었던 미군 최고위장교,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인데요. 스톡데일 장군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풀려날 거야'라고
믿었던 낙관주의자들은
가장 먼저 사망했지만,
'이번 크리스마스까지는 안 되겠지만
언젠가는 풀려날 거야'라는 식으로,
한편으로는 희망을 가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냉철한 현실인식을 가지고
대비했던 포로들은
석방 때까지 살아남았다는 이야긴데요.

앞서 '부정의 힘'에 대해 소개해드렸지만,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 아닐까요?
"결국에는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의 냉혹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짐 콜린스의 충고를 전해드리며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