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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변화의 조화 레고 - 삼성경제연구소

파나소리 2013. 9. 9. 12:58

 

http://www.seri.org/db/dbReptAudioPlayer.html?p_menu=0243&p_seq=201308230001&menucd=0111&pubkey=db20130814001

 

안녕하세요. 이승현입니다.
레고의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레고의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22%로
동 기간 경쟁사 마텔의 1.5%,
하스브로의 1.3%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매출뿐이 아닙니다. 영업이익률도
10% 초반에서 20% 중후반으로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성숙화된 장난감 완구산업에서
홀로 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자, 이러한 레고의 약진,
어떠한 비결이 있었을까요?

레고의 약진에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뼈아픈 변화실패가
큰 밑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1932년 설립된 레고는
1958년 레고블록을 특허로 등록한 이후
생산이 판매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탄탄하게 성장했습니다.
전후 호황과 베이비붐 세대를 맞으며
성장세는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로 접어들며 이러한 성장세는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완구산업이
비디오게임의 확산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저가 장난감의 공세 등으로
격변기를 맞게 된 것이죠.

당시 레고는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확장'이라 판단하고
사업영역과 제품군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습니다.
본업인 블록제조 이외에도
아동복, 시계, 출판·미디어,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연간 출시하는 신제품수도
2배가량 늘렸습니다.
1968년 덴마크 빌룬에 개장한 후
1개소만 운영하던 레고랜드 역시
3년 간격으로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했죠.
이러한 공격적 확장의 결과,
매출은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02년 이후 레고의 매출은
다시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1.7억달러,
3.5억 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죠.

이같은 재무실적의 급격한 악화로
레고는 파산위기에까지 직면했는데요.
이에 레고 이사회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2004년 10월, 새로운 사령탑으로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를 임명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시작합니다.
레고의 변화는 사업구조, 제품, 공급망,
R&D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사업구조의 변화입니다. 레고는
무리한 확장주의적 다각화 전략에서 벗어나
핵심사업인 '블록'에 집중할 것을 선언하고
非핵심사업을 정리했습니다.
"경쟁우위가 있는가?", "유일한가?"
두 가지 질문을 판단기준으로
이에 부합하지 않는 非핵심사업은
정리했는데요,
적자가 지속되던 레고랜드의 지분을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에 매각했고,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아동복, 시계,
출판 등의 사업은 라이선스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레고는
'블록'이라는 본업에
전념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는 제품의 변화입니다.
레고는 그동안 제품출시 확대만을
추구함으로써 희석되어버린
레고의 전통적 재미인 '조립'을
다시 최우선으로 강조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신속한 제품 출시가 강조되며
디자이너 취향 중심으로 변질되었던
신제품 개발 방향을
다시 고객 중심으로 회귀한 것인데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감 없이 제품에 반영한다는 명분하에
제품 개발의 전권을
디자이너에게 부여한 것이
성과악화의 주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또한 레고는
소년층을 대상으로 출시한 '4주니어',
성인이 主 고객층인 '레고 아키텍처',
온 가족을 대상으로 출시한 보드게임
'레고 게임스' 등을 출시하며
기존 고객층인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 성인 등 새로운 사용자층으로
저변을 넓혀 나갔습니다.

세번째는 공급망의 변화입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4천여개를 유지했던 블록의 종류는
90년대 후반 제품종류가 빠르게 늘어나며
2004년에는 최고치인 14,200개까지
늘어났는데요. 이에 따라
생산 및 재고관리 비용도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레고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의 기본 원칙인 제품군 간 호환성을 높여
블록의 종류를 절반인 7천여개로 줄이고,
표준블록 사용비율을 70%까지 높여
생산 및 재고관리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또한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정비해
조달업체를 11,000여 업체에서
2,200여 업체로 줄였고,
2005년에는 덴마크, 독일 등
5개소의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체코에 통합 물류센터를 열어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급망 전반에 누적되었던 복잡성을
최소화 할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R&D의 변화입니다.
레고는 전 세계 수많은 레고팬을
핵심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제품개발과 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의 場을 마련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LEGO CUUSOO'라는 서비스를
2008년 시작했는데요.
사용자가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이 설계한 시제품을 등록하면
회원들이 완성도와 독창성을 평가하고
투표인이 1만명을 넘어서면 제품화를 검토해
실제 제품으로 발매하는 서비스로,
일종의 집단지성 개념을 도입한 R&D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고는 이를 통해 2010년 1호 제품으로 심해탐사선을 출시한 이후,
매년 1~2개의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2005년부터는
앰배서더 제도를 도입해
성인 레고팬과의 교류채널을 늘리고
제품개발 등 공동 활동을 체계화했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AFOL 중 30여개국 86명을
앰배서더로 지정해
활동을 독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1년에는 200회가 넘는
레고팬 초청행사도 개최했는데요.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고객과 제품의 간극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자, 창립 후 80여 년간
레고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시대에 맞추어 전략은 변화시키되,
하나하나의 블록을 완벽하게 만든다는 핵심가치에 있어서는
타협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
세대를 초월해 지속되는 경쟁력의 근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고는 창업자의 좌우명인
only the best is good enough"를
레고의 최우선 가치로
확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1958년 최초로 생산한 블록이
현재의 블록과도 완벽하게 맞물릴 정도로
레고의 품질관리는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객이 변덕스러워지고
시장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변화시켜야 할 것,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인데요.
지켜나가야 할 전통과 새로운 변화를 현명하게 조화시키는 것,
이것이 레고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