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파나

7,000원에 극장을 통째로 빌렸다.

파나소리 2007. 10. 8. 23:25

부산 출장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끝나서 당일로 귀가할 수 있었다.

4일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그냥 봐서는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도시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언론을 통해 알고 있어서인지 전철의 포스터나 행인들의 표정을 보면서 가름해 볼 뿐이다. 아닌게 아니라 서면 도로에는 젊은이들로 활기차 보인다. 모두 영화제 때문에 나온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기분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출장중에 업무관계로 만났던 사람들이 대략 10여명인 것 같은데 부산 토박이임에도 10여년간 부산영화제기간 중 한 번도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없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부산영화제의 관객은 모두 어디서 온단 말인지...만일 내가 출장 일정이 연장되어 부산에서 하루를 묵었다면 어느 한 편의 영화는 봤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표를 보고 시간에 맞춰 적당한 영화를 고를 수는 있어도 정말 자기취향에 맞는 영화를 고르기는 쉽지 않았을 듯싶다. 한 사람이 하루에 4편을 본다고 가정하면 9일간 최대 36편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영화제에 나온 출품작이 200여편이 는다고 하니 영화 입장에서는 엄청난 경쟁을 치른다. 

 

KTX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1호차에 동반석이 있던 곳을 없애고 그 위에 스크린 보드를 설치하여 양쪽에서 프로젝션을 투사하여 순방향이나 역방향 모두에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음향이나 화질이 손색없다. 달리는 열차에서 이정도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정말 호강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한 달 전에도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서울행 표를 사면서 나는 7,000원을 문화활동비로 기꺼이 투자하기로 했다. 일부러 영화보러 가기도 힘든 때에 더구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을 방문하면서도 영화 한 편 볼 수 없는 신세를 탓하며...어차피 열차가 달리는 3시간동안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PDA 속 깨알같은 e-book을 보거나 잠을 청하거나 할텐데 영화를 보면서 가자고 생각했다. 요즘 하행선은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이고 상행선은 상사부일체(두사부일체3)를 상영한다. 맥주와 오징어 포를 준비하여 차에 오르니 나와 다른 사람 한 명이 전부였다. 이것이 호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영화를 시작하기 전 객실 모습. 위 스크린을 아래로 내리고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