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전주에 출장 다녀온 직원이 말하기를 전주에 저럼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기가막힌 술집(가맥집)이 있다면서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전주에 갈 일이 없었던 터라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 얼마 전 전주 출장 중에 직원이 안내해서 아주 유명하다는 가맥집에 가보았다. 직원 말에 의하면 그 가게에서 나오는 맥주 공병 값만으로 종업원들의 월급을 줄 정도로 맥주를 많이 판다고 하며 좀 늦게가면 앉을 자리가 없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간 곳은 "전일수퍼"였는데 이미 전국에 잘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나는 처음 듣는 것임) 수퍼는 골목길 코너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전형적인 동네 수퍼처럼 입구는 좁고 상품 진열장이 있는 매장크기도 작고 물건도 별로 없어서 마치 영화 촬영장의 세트처럼 허전한 느낌을 받았는데 눈을 돌려 내부를 둘러 보니 어림잡아 15개정도의 테이블이 있었고 이미 빈 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2층도 있었는데 역시 손님들로 꽉 차서 아래층과 다르지 않았다. 입구의 엉성한 철구조물 위에 널려있는 황태를 부지런히 뒤집으며 먹기 좋게 굽고 있는 분(아마 오너인 듯)이 있고, 밖에는 갑오징어를 두들겨 부드럽게 만드는 기계장치가 방아 찢듯 쿵덕쿵덕 쉴새없이 돌아가고 한 분이 기계에 갑오징어를 부지런히 찢고 있었다.
손님들은 마침 전주 영화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영화제에 왔다가 나처럼 이 유명한 가맥집을 경험하기위해 온 것처럼 보였다. 우리 말고도 한 1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골목길에서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재미 있기도 하고, 밀려드는 손님 인파에 놀랍기도 하였다.
이 수퍼에서 맥주 한잔하기 위해 더 기다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짧은 시간 안에 도저히 자리가 날 것 같지 않아보여 결국 우리는 그집 분위기만 느끼고 인근의 다른 수퍼로 옮겨서 맥주를 마셔야 했다.옮긴 곳도 분위기는 같았은데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전일수퍼보다 유명세는 덜 한 것 같았다.
가맥, 유흥업소에서 파는 업소용 맥주가 아닌 가정용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 하여 가맥집, 또는 가게 맥주의 준말이라고도 한다. 하여튼 소비자가로 구입한 가정용 맥주에다가 계란말이와 황태구이, 갑오징어구이를 가게마다 독특한 맛을 내는 소스와 함께 먹을 수 있고, 값싸게 마실 수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이름은 수퍼인데 거의 술집 분위기.. 허긴 "OO수퍼" 아래에 "휴게실" 이라고 써 있다.^^ 암튼 독특한 술 문화임에는 틀림없었다. 전주에만 이런 문화가 있는 것일까?
이런 분위기는 사진과 함께 올리면 좋으련만 마침 사진기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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