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모임에서는 눈에 띄는 라이딩 모임이 없는 것 같아서 나홀로 라이딩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다찬이가 외박 나온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오면 선임병을 따라 대전에 갈 것 같다고 하며 이등병인 자기가 리더할 수 없고 그냥 따라 나서기 때문에 구체적 계획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혼자 자전거를 타느니 차라리 대전가서 잔차도 타고 다찬이도 만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인천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시간절약을 위해 아내에게 터미널까지 점프를 부탁했다...헐..추석 연휴라는 사실을 깜박했다. 대전행은 30분 간격인데 3개 버스는 좌석이 모두 차고 12시30분에야 좌석이 있단다. 우선 표를 구입했다. 출발 홈에서 지금 출발하는 버스에 빈 좌석이 있다면 먼저갈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얼른 타라고 한다. 내가 자전거를 가리키니 얼른 실으라고 하며 다시 내 자전거와 나를 번갈아 본다. 빈 몸이라면 탈 수 있었으나 화물칸에 짐이 많아 자전거를 실을 수 없었다. 두 차를 그렇게 보내고 결국 제 시간 내 버스에 실을 수 있었다. 차라리 승차 홈에서 기다리지 말고 근처에서 한 시간동안 잔차나 탈 걸 그랬다.ㅋ
대전의 혼의자유인님께 전화했다. 마침 구리백님과 아카루이가 귀성길 자전거로 내려오고 있어서 공주방면에서 마중 라이딩 하고 있다고 한다. 구리백님은 구리부터 정읍까지 자전거로 달리고...아카루이님은 서울서 유성까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영동선을 달리는동안은 막히는 줄 몰랐는데 신갈에서 경부선을 진입하니 도로는 거의 주차장이다. 추석 귀향길, 길 막힘을 평소에 TV에서만 봐왔었는데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버스 전용차로도 무용지물이었다. 안성을 지나서인가 버스 전용차로의 차들이 점차 속도를 낸다. 3시간이 조금 지나서 대전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안성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대전엔 제법 많이 온다는 것이다. 난감하다. 자전거 타기는 틀린 것 같다.
대전 터미널에 내려서 시내 은행동까지 자전거로 달려가는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지만 비 때문에 도로가 많이 미끄러워 조심해야 했다. 특히 인도에 마련된 자전거도로가 더 미끄러운 것 같다. 전에 파주 라이딩할 때 비를 맞으며 달렸더니 가방 속의 옷 들이 모두 젖었던 기억이 있어 편의점 몇 곳을 들러 비닐 봉투를 얻으려 했으나 봉투가 작아 사용할 수 없었다. 대전역 부근의 어느 옷 가게에 쇼윈도우에서 머뭇거리며 기웃 거리니 주인인 듯한 분이 나오며 "뭘 도와줄까요?" 라며 묻는다. 가방이 젖지 않도록 덮을 것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적당한 것을 찾아 보겠다며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투명 비닐 봉투를 한 장 건네준다. 햐!~ 이렇게 고마울 수가...마치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며 조심해서 가라고 한다. 가끔 인터넷에 올라있는 여행후기등을 읽어보면 힘들고 지칠 때 언제나 힘과 용기를 주는 지역 주민들의 훈훈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데 바로 이런 기분이 아닐까?
콜렉트콜로 온 다찬이 전화가 휴대폰에 찍혔있다. 통화버튼을 눌러 위치를 확인하고 네비게이션으로 찍었다. 대전시내 한복판이고 젊은이들로 붐비는 번화가였다. 함께 나온 병사들은 모두 8명인데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찬이보다 선임이다. 가장 선임인 김상병에게 물었다. 외출나와서 이렇게 남자들끼리만 몰려다니냐니까 모두들 여자친구는 많은데 면회올 앤이 없다며 웃는다. ㅎ 외출박을 나오면 가장 하고싶은 것이 부대에서는 할 수 없었던 컴퓨터 게임이라고 한다. 요즘엔 인터넷을 필요할 때는 사용할 수 있으나 게임만은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대에서 인터넷을..그게 어디냐?..ㅎ 그 때문인지 가끔 네이트에서 다찬이를 만나곤 했었다. 그러니 지금 집에 있는 것인지 군대 가 있는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ㅎ 가끔 아이를 보고싶다고 느낄 때가 다찬이가 "군인이구나"고 실감한다.
비까지 내려 자전거를 탈 수 없으니 조금 앞당겨서 함께 저녁 겸 소주 한 잔 하자고 했다. 사실 정말 염려하면서 물었다. 다찬이만 데려가 먹일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식당을 잡고 나는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말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처음이라 너무 어려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부대에서 대대장하고 식사하는 것만큼 어색해 한다고 하니까 웃으며 대대장하고 먹는 것보다 더 어색하다고 한다. ㅎㅎㅎ 시간이 지나자 서로 말들도 잘하고 술도 잘 마신다. 다찬이는 이등병이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선임들과도 재미있게 잘 어울리는 것으로 보면서 또 걱정은 저만치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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