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들을 것/공연장

설맞이 향기로운 국악이야기

파나소리 2011. 1. 30. 12:50

예년과 달리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고 눈도 많이 와서 주말마다 자전거는커녕 외출조차 하기 싫은 요즘이다. 새해 계획 중 금요일에 별일 없으면 문화활동에 빠지지 말고 참가하자는 각오에 따라 이번에도 송암과 함께 서초구민회관을 찾았다. 이번 프로그램은 TV나 라디오를 켜면 언제나 접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과 달리 방송에서는 물론이고 시간을 내서 공연장에 직접 찾아가 보기도 어려운 국악공연이다.

 

사단법인 한국전통민요협회 서초지부에서 "향기로운 국악이야기" 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펼쳤다. 만담가 고 장소팔씨의 아들인 장광팔씨 해설로 장구병창 <청춘가>, <태평가>, <자즌방아타령>, 전통무용 <진도북춤>, <부채춤>, 관현악 <방황> 등을 공연하였는데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선생님이 특별출연해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창부타령>을 들려주었다.

 

신세대 가수들과 무희들의 화려한 움직임이나 특수 조명과 음향은 없을지라도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힘있는 목소리나 간결한 박자인 듯 하면서도 신이 나는 묘한 장단에 맞춰 신바람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우리 민요를 가만히 들어 보면 가사 속에도 옛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과정이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공연을 처음 접하면 그런 내용까지 알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국악 공연에서는 해설자를 두어 관람객의 이해를 도와주거나 혹은 스크린을 통해서라도 설명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양 오페라 공연에서도 자막을 통해 이야기 줄거리를 설명하지 않는가. 그래서 민요마다 나름의 깊은 뜻이 일을텐데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가락과 가사만 흘려 듣는 것보다 그 민요의 배경이라든가 가사 내용을 음미하는 그런 해설이 따랐다면 좋았겠다고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되는 것은 나를 포함해서 많은 공연 관람자들은 우리 민요를 자주 접하거나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강수타령, 방아타령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인 이춘희 선생의 정선아리랑.

위 영상의 정선아리랑은 구전으로 전해오는 정통 정선아리랑에서 약간 현대적으로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생활 공동체의 정서가 담겨져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외국인들도 아리랑 하면 한국의 노래로 인식할 정도로 우리에게 아리랑에 대한 자부심을 스스로 갖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선아리랑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선아리랑은 가파른 산비탈에서는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었고, 잔치 때면 어깨춤이 덩실덩실 잘도 넘어가는 소리였다. 새록새록 잠든 손자 손녀에겐 자장가가 되었으며, 남녀간엔 말못할 사랑을 주고받는 언어가 되기도 했다. 정선 사람들이 '아라리'라고 고집하는 '정선아리랑'은 쓸쓸하고 힘에 부치는 삶의 매듭을 한 올 한 올 풀어주는 소리이자 언어였다." -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을 전하고자 발행한 음반에서 진용선(정선아리랑연구소장)-

 

 

관현악 연주(가야금,해금,대금,피리,신디사이저,타악,장구)

방황이라는 제목의 곡을 연주하였는데 신디사이저를 가미한 기존 국악과 다른 형식의 음악이었다. 시대도 변하는 만큼 국악도 변함을 느끼게 해준음악이다. 나는 맨 오른쪽의 가야금(현이 많은)의 연주가 인상깊었다. 전체 음악의 배경을 화려하게 아우르며 강한 힘이 느껴지는 선율이 독특했다.  

 

공연이 끝나고 ... 중요무형문화재 이춘희 선생님과 출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