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들을 것/Photo

다진이와 실미도 가기

파나소리 2006. 10. 4. 11:33

 

추석 연휴에 제주도를 가거나 아니면 국내 어디든 라이딩을 즐기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벤트라이더 회원님들처럼 제주도도 가고, 타 자전거 클럽의 여행기에 올라온 것

 

처럼 산간 오지 구석구석을 나도 꼭 가겠노라고 다짐하게 된다. 함께 여행하기로 했던 첫째 다찬이

 

가 손을 다쳐서 깁스한 상태라 자전거를 못 탄다. 

 

하여 최근 엄마에게 야단맞고 시무룩해 있는 다진이에게 아빠하고 한강이나 실미도까지 라이딩

 

하자고 슬쩍 권했더니 예상외로 가겠단다.^^  "호퍼 탈 수 있겠어?" 사실 인석이 잔차를 잘 타지만

 

호퍼는 타는 자세가 어쩐지 "대략 난감"이라고 안 타려고 한다. 암튼 왕복 90여Km를 다녀오기가

 

쉽지 않을텐데 퍼지면 내가 퍼지지 저놈이 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데리고 나섰다.

 

 

 

헬멧과 장갑 버프를 하라고 해도 극구 사양이다. 도저히 답답해서 못하겠단다. 인석이 스페인가서

 

5일씩이나 있으면서 새까맣게 타서 온 것도 다 그런 연유다. 국내외 인라인 대회 때마다 다른사람들은

 

모두 고글쓰고 모자쓰고 햇볕을 피하는데 이녀석은 안 그런다.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출발 전에 아파트

 

1층 현관에서 썬블럭을 바르는 것으로

 

 

부평을 떠나 주안역을 지날 때

 

 

언제나 그렇듯이 일반 차도를 달리는 것이 많이 힘들다. 앞서서 달리며 뒤를 확인해야 했다. 다진이가

 

도로를 달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때문에 교차로가 나오거나 상태가 좋은 인도가 나오면 

 

반드시 인도를 이용했다.

 

1시간 30분 라이딩하여 월미도에 도착했다. 휴일이지만 아침이어서인지 선착장은 한가하다. 표 사는 곳

 

은 한 두명이 뱃삯을 묻거나 시각을 묻는 정도다. 방금 떠난 배를 보며 쉬는데 몇 사람이 순서대로

 

자전거에 대하여 물어온다. 나중에 배에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설명해주었다. 어떤 분은 구체적

 

으로 어디서 사냐고 묻는다. ㅋㅋㅋ

 

그중에는 횟집 주인도 있었다. 나중에 명함을 슬쩍 주면서 한번 오란다. ㅎㅎ

 

 

 

다진이와 호퍼. 월미도에서 방금 떠난 배를 배경으로

 

영종도로 가는 배에는 자동차가 반도 안 찬 것같다. 모두들 고향으로 갔는지 사람들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한가한 휴일이라니..사실 쉬는 날에 어딜 가려면 사람에 치이고 자동차에

 

치이고 그래서 그런지 쉬는 날 움직이기 싫은데, 잔차를 탄 후부터는 주말마다 어디론가 가고싶어지니 

 

이것도 또다른 병인가 보다.

 

 

다진이는 이렇게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은 첨이다. 게다가 배까지 타고...

 

 

갑판에 사람도 별로 없고 모두들 앞 쪽에 가서 있는 바람에 카메라를 기둥에 올려놓고 찍었다.^^

 

 

 

새우깡에 익숙해진 갈매기들...뱃전에 가까이 지나가며 누군가 던져주는 새우깡을 잽싸게 받아 먹는다.

 

 

 

영종도 구읍뱃터에 도착하여 공항방면으로 달리는 도로인데 인적이 드믈다. 전에는 이 길을 혼자

 

달렸는데 오늘은 다진이와 함께 달린다. 남들은 자전거 여행하는 분들을 잘도 만나는 것 같던데 우째

 

이렇게 다니면서도 한 분을 못 만나는지...이런생각을 하면서 달리는데 저 앞에서 싸이클 타는 분

 

서너분이 반대편에서 엄청난 속도로 지나간다. ㅎㅎ

 

 

 

좀 가다보면 염전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아직도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현수막이

 

이곳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직거래로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인천의 염전에서는 더이상 소금을

 

생산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있었다니 의외다.

 

 

 

 

한참을 달려가니 멀리 크레인이 보이는데 저 곳이 인천대교를 건설하는 현장이다. 

 

 

인천대교 건설현장. 돌아오는 길 반대편에서 찍은 것

 

 

공항 가까이 가니 소나무 그늘이 있었다. 다진이가 힘든가 보다. 괜히 따라나섰다는 듯...ㅋㅋㅋ 

 

 

 

하지만 점심시간은 즐겁다. 조개 칼국수를 주문했는데 칼국수보다 싱싱한 조개가 더 많았다는...

 

언제나 이곳에서 먹게된다. 잠진도로 건너가기 직전에 있는 마지막 식당.

 

 

 

 

잠신항에서 다시 무의도로 가는 배를 탔다. 이 배는 편히 쉴만한 의자도 없다. 꼬대기 선실로 올라가야

 

하지만 가까워서 금세 도착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만 하다. 우리는 호퍼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앞 바퀴를

 

배에 붙이고 다리를 뻗어 배 난간에 올리고 누워 있으니 특실 침대가 안 부럽다. ㅎㅎㅎ

 

땡볕에서 서 있는 많은 승객들이 부러운 듯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사실 실미도는 라이딩하기에 적절한 곳은 아니다. 그래서 라이더들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안내도를

 

보더라도 섬을 일주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어느쪽이든 일단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길이다.

 

다진이와 나는 가까운 실미도에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실미도는 이번 여름에 다진이가 해병대 캠프로

 

다녀온 곳이라 다진이가 다른 기분으로 가보려는 것이었다. 실미도를 가려면 무의도에 내려서  진행방향

 

으로 조금만 가다가 바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그 거리가 겨우 700미터인데 경사가 급한 고개를

 

넘어야 갈 수 있다. 큰 길에서 우회전하자 언덕이 시작되는데 너무 가파라 도저히 탈 수 가 없었다.

 

끌바를 하여 올라가는데 앞서가는 화물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더욱 힘들게 하였다. 

 

 

 

 

 

 정상에 서자 내리막이 시작인데 겁없이 달려가던 다진이가

 

그만....

 

사진에 보이는 저 아래 자동차 앞 커브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이름모를 큰 새 때문에 놀라서 움찔하는

 

찰라 바닥에 깔려있던 모래와 바퀴의 마찰력의 변화를 극복하지 못하고는 그만...자빠링을 ㅠㅠ

 

오른쪽 팔꿈치와 왼 무릎과 정갱이 손바닥과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호퍼를 쉽게만 생각했지

 

단디 주의를 주지 못한 내 책임입니다. 가지고 있던 약으로 간단히 처치하고 돌아왔는데 그 먼 거리를

 

아프단 말 한마디 안하고 끝까지 완주해 준 녀석이 대견하다.

 

 

9시 30분에 집을 나서 오후 6시 정각에 집에 도착했으니 9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달린거리 : 86km

달린시간 : 6시간 36분